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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황야'·연상호 '선산'…넷플릭스 비영어 영화·TV 1위(종합)마동석이 괴력의 사냥꾼으로 변신한 영화 '황야'와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쓴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선산'이 글로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31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황야'는 28일 기준 누적 1천43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해 비영어권 영화 부문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 26일 공개된 지 3일 만에 세운 기록이다. 국가별로 보면 '황야'는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총 82개국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무술감독을 맡았던 허명행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다. 마동석은 군용 장검과 장총, 맨주먹을 총동원해 납치당한 소녀를 구하려는 사냥꾼 남산을 연기했다. 선산의 상속을 둘러싼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드라마 '선산'은 지난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국가 TV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이 시청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산'은 지난주(22∼28일) 1천450만시간 시청돼 시청 수 310만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 19일 공개된 6부작 드라마 '선산'은 갑작스레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대대로 내려온 선산을 상속받은 윤서하(김현주 분)의 주변에서 잇달아 의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김현주가 상속자 서하를 연기하고 박희순과 박병은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형사 역할을 맡았다. 영화 '부산행'(2016)과 '정이'(2023), 드라마 '지옥'(2021)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썼다.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선산' 외에도 '마이 데몬'이 3위, '웰컴투 삼달리'가 6위, '세작, 매혹된 자들'이 7위, '닥터 슬럼프'가 9위에 각각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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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막' '물레야 물레야' 연출한 거장 이두용 감독 별세(종합)'피막'(1980),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 등으로 한국 영화 세계 진출의 초석을 다진 거장 이두용 감독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영화계에 따르면 이 감독은 이날 오전 3시께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지난해부터 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1942년 서울 출신인 고인은 동국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영화계에 입문해 10년 가까이 촬영 현장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며 연출 경험을 쌓았다. 멜로 드라마 '잃어버린 면사포'(1970)로 감독 데뷔한 이후 액션으로 방향을 틀어 1974년 한 해에만 '용호대련', '죽엄의 다리', '돌아온 외다리', '분노의 왼발', '속(續) 돌아온 외다리', '배신자' 등 6편의 태권도 영화를 내놨다. 전국의 태권도 유단자들을 한데 모아 오디션으로 출연자를 뽑았다고 한다. 이후 '초분'(1977)과 '물도리동'(1979) 등 토속적인 소재의 영화를 연출한 그는 동양적 세계관을 그린 사극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한국 영화에 대한 세계 관객의 인지도가 낮았던 1980년대 유수의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고인은 1981년 '피막'으로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ISDAP)을 받았다. 유지인과 남궁원이 주연한 이 작품은 피막(사람이 죽기 직전에 잠시 안치해 두는 외딴집)이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내세웠다. 토속적 샤머니즘과 에로티시즘이 결합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고인은 이후 1984년에는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에 진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원미경이 주연한 이 작품 역시 사극으로, 조선 시대 가부장제 아래 여성이 겪는 수난사를 그렸다. 고인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들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1990년대 초반을 풍미한 에로 영화 '뽕' 시리즈와 '걸레 스님'으로 불린 중광 스님이 주연한 '청송으로 가는 길'(1990)도 고인의 작품이다. 이 밖에도 '업'(1988), '흑설'(1990), '위대한 헌터 GJ'(1994), '애'(1999) 등을 연출했고, 2003년에는 나운규의 '아리랑'을 리메이크했다.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 '최후의 증인'(1980)은 당국의 검열로 편집본의 절반가량을 삭제한 끝에 개봉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고인은 2011년 이장호, 박철수, 정지영 감독과 함께 옴니버스 영화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을 내놓기도 했다. 빈소는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1일 오후 1시 30분이며, 장지는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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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등 문화인들 "이선균 죽음, 인격 살인…수사 적법했나"(종합2보)(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은 12일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숨진 사건을 경찰과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 '기생충' 등으로 이선균과 호흡한 봉 감독과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이 돌아가며 성명을 낭독했다. 장항준 감독, 배우 최덕문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봉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나온 KBS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됐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됐는지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이 고인의 3차례에 걸친 출석 정보를 공개한 점, 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히 밝혀 달라"며 "그래야 앞으로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종신은 이선균의 사생활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KBS 보도를 거론하며 "혐의 사실과는 동떨어진 사적 대화를 보도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이어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 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레커'의 행태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연대회의는 정부와 국회에도 형사 사건 공개 금지와 인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을 제·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연대회의는 이를 '이선균 방지법'으로 명명하고, 향후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원태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절차가 적법했다고 해도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건에 침묵하면 안 된다"면서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성명서를 김진표 국회의장과 경찰청, KBS에 전달할 예정이다. 연대회의는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이선균 관련 수사·보도 과정에 관한 문제 제기 필요성이 거론되고 이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결성됐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단체 29곳이 참여했다. 성명서는 이들 단체를 비롯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천여 명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김의성은 "고인은 지난해 10월 23일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면서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 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했다"고 연대회의 발족과 성명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대회의는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뜻을 같이하는 모든 단체와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영화·예술계 전반이 (비슷한 사안에서도)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연대 회의체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대회의 소속 영화·대중문화계 단체 대표 12명도 참석해 발언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고인의 사안이 이에 해당하는지 다시 한번 숙고해달라"면서 "'디지털 감옥'에서 살 수밖에 없는 고인의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기사를 삭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국내 언론과 외신 기자 약 300명이 참석했지만, 연대회의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을 마쳤다. 이선균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가 12월 27일 성북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사망 전날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했다. 이선균 사망 이후 일각에서는 그의 마약 혐의와 관련성이 적은 사생활 폭로 식 언론 보도와 경찰의 공개 소환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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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피닉스가 다시 쓴 황제의 대서사시…영화 '나폴레옹'(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영웅이냐, 전쟁광이냐. 1804년 스스로 프랑스 황제가 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리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프랑스 혁명 이후 불안해진 정세를 안정시키고 사회·정치제도를 근대화했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변두리 섬에서 이탈리아계 프랑스인으로 태어나 능력 하나만으로 황제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에 그를 위인으로 떠받드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나폴레옹은 역사상 최고 군사 전략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를 견제하기 위해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등 유럽 국가들은 서로 동맹을 맺고 나폴레옹의 전술과 군사 시스템을 모방하기 바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그에게도 오랫동안 정복하지 못한 여인이 있다는 것이다. 파리에서 손꼽혔던 미인이자 아이가 둘 딸린 6살 연상의 여자 조제핀이다. 그는 나폴레옹과 결혼해 후에 황후가 되지만 한동안 나폴레옹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정부를 뒀다. 할리우드의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화 '나폴레옹'을 통해 이런 그의 장대한 일대기를 그린다. 나폴레옹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연출하는 건 스콧 감독의 오랜 꿈이었다고 한다. 몇 년 전 '아직 만들지 못한 영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폴레옹이라고 답한 일화도 전해진다. "프랑스, 군대, 조제핀"이라는 나폴레옹의 유언처럼 영화는 군대와 나라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나폴레옹과 조제핀을 사랑한 로맨티스트 나폴레옹의 모습이 두 축을 이룬다. 프랑스 혁명 직후 로베스피에르 공포 정치를 지나 프랑스 제1 공화국 수립, 제국의 시작, 왕정복고에 이르는 복잡한 역사도 주요하게 다룬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외교전, 의리와 배신이 난무하는 정치판도 녹여냈다. 근대 프랑스 중심에 선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보니 러닝타임은 다소 길지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스콧 감독이 계획 중인 감독판은 러닝타임이 무려 4시간 10분에 달한다고 한다.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 분)이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시 하급 지휘관에 불과했던 나폴레옹은 당장의 진급을 목표로 했을 뿐 대단한 야망을 품은 남자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툴롱 전투 승리로 장군이 되고, 한 사교 모임에서 운명의 여인 조제핀(버네사 커피)을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야심이 움튼다. 나폴레옹의 긴 구애 끝에 조제핀은 그와 결혼한다. 그러나 사랑의 무게 중심은 나폴레옹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다. 전장에 나간 동안 조제핀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을 나폴레옹의 내레이션으로 듣다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 정도다. 영화는 조제핀을 향한 사랑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의 인간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손님들을 앞에 두고도 조제핀과 서로 음식을 던지며 싸우거나, 전투에 나서기 전 잔뜩 긴장해 목소리를 떠는 장면도 나온다. 러닝타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투 신을 통해서는 나폴레옹의 영웅적 면모를 비춘다.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수십만 대군을 진두지휘하는 장면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툴롱, 아우스터리츠, 마렝고, 보로디노, 워털루 전투 등은 섬세하면서도 압도적인 스케일로 재현됐다.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과 격돌한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는 얼어붙은 호숫가에 대포를 쏴 적들을 수장시키는 지략가의 모습이 엿보인다. 영국·오스트리아 연합군에 맞선 워털루 전투는 나폴레옹의 패배로 끝났지만, 시대극 액션 특유의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방진을 세운 영국군 주위를 프랑스 기마병들이 뱅뱅 돌고 멀리서는 오스트리아 기마 부대가 몰려오는 모습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스콧 감독은 영화가 끝나기 직전 나폴레옹의 전쟁 때문에 숨진 프랑스 군인의 숫자를 열거한다. 나폴레옹이 비범한 인물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로 인해 엄청난 수의 생명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스콧 감독은 "나폴레옹의 역사는 곧 현대사의 시작이며 그는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다시 쓴 사람"이라면서도 "사람들이 나폴레옹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가 매우 복잡 미묘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나폴레옹의 양면적 얼굴이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었던 건 호아킨 피닉스라는 뛰어난 배우의 힘이 제대로 작용한 덕이다. 피닉스의 외모는 실제 나폴레옹과 닮은 구석이 거의 없지만, 처음부터 나폴레옹이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호연을 펼친다. 눈빛만으로도 군대를 거느린 장군에서부터 나라를 이끄는 황제, 한 여자의 사랑을 갈구하는 남편을 오간다. 프랑스 황제의 대서사시를 피닉스가 다시 썼다고 평가할 만하다. 조제핀 역의 커비 역시 뒤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 바람피운 게 발각되고도 단숨에 남편을 쥐락펴락하고, 나중에는 그의 사랑에 목말라하다 쓸쓸히 죽어가는 여인으로 변모한다.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배우로 떠오른 그에게 '나폴레옹'은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오는 6일 개봉. 158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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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로 당하는 눈물샘 공격…영화 '3일의 휴가'죽은 뒤 딱 한 명만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굴 봐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가족을 보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다. 하늘나라에 살던 복자(김해숙 분)도 사흘간 지상에 머물 수 있다는 얘기에 망설임 없이 외동딸 진주(신민아)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복자는 3년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던 탓에 딸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에는 한 가지 제약이 있다. 복자는 딸을 볼 수는 있지만 말을 걸거나 만질 수는 없다. 진주는 바로 옆에 엄마를 두고도 그의 존재를 모른다. 육상효 감독이 연출한 '3일의 휴가'는 줄거리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다. 자칫 신파극으로 치우칠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노림수가 빤히 보여 거부감을 주는 장면은 없다. 관찰자의 시각으로 비교적 담담하게 모녀의 일상과 사연을 보여준다. 죽어서도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엄마,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휴가 가이드(강기영) 등 코믹 요소도 많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울다 웃다 하는 자신을 발견할 듯하다. 영화는 딸을 보러 지상에 내려온 복자의 현재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모녀의 과거도 간간이 플래시백 형태로 나온다. 복자가 미국 명문대 교수로 있어야 할 딸을 자기 고향 집에서 조우하며 영화는 본격 시작된다. 진주는 엄마가 남긴 레시피를 이용해 그가 하던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다. 복자는 갖은 고생을 하며 '배운 사람'으로 만들어 놨더니 결국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딸의 모습에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하지만 진주가 엄마가 살던 집으로 돌아온 이유를 알게 되면서 안쓰러운 마음은 하염없이 커진다. 진주는 엄마에게 썩 좋은 딸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효도 한 번, 사랑한다는 말 한 번 엄마에게 해주지 못했다.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이 뒤엉켜 진주를 집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는 죄책감 때문에 공황장애와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 복자는 괜찮다는 한마디만이라도 진주에게 해주고 싶다. 엄마는 다 잊었으니 네 삶을 살라는 당부를 건넬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감수하겠다고 가이드를 설득한다.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무방비로 눈물샘을 공격당한다. 이들의 사연이 특별해서도, 둘의 관계가 유별나게 절절해서도 아니다. 복자와 진주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모진 말로 엄마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고,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때가 있다. 나만 기다리고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음을 기약하고 만남을 미루기도 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냉철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에 엄마 이야기가 개입되면 별것 아닌 장면에도 가슴이 먹먹해져 객관적 감상은 힘들기 마련이다. '국민 엄마' 김해숙의 연기는 뭉클함을 배가한다. 눈빛만으로도 따뜻하고 마냥 주기만 하는 엄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는 과거 영화 '우리 형'(2004) '해바라기'(2006), '친정엄마'(2010) 등에서도 엄마 역을 맡아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김해숙은 2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 옆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할 말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진주가 엄마에게 못다 한 말을 꿈에서 하는데, 그 말을 나도 내 어머니에게 못 해드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2월 6일 개봉.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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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평일에도 34만명 동원…신작 물리치고 압도적 1위(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이 평일에도 30만명이 훌쩍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신작들의 도전을 물리쳤다. 3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전날 34만6천여 명(매출액 점유율 72.3%)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정상을 수성했다. '서울의 봄' 평일 관객 수로는 최다 수치다. 전날이 영화 티켓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봄' 누적 관객 수는 271만여 명으로, 이르면 이날 오후 300만 관객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정권을 탈취하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과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숨 막히는 9시간을 그렸다. 새로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싱글 인 서울'은 5만1천여 명(10.8%)을 모아 2위로 출발했다. 박범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혼자가 좋은 남자 영호와 혼자는 싫은 여자 현진이 독신 생활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임수정과 이동욱이 주연했다. 같은 날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2만5천여 명(5.3%)을 극장으로 불러들여 3위였다.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일본의 작은 마을에 사는 두 초등학생 소년이 태풍이 몰아치는 날을 전후해 겪는 이야기로, 아동 성소수자 문제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